영화 엑시트는 취업에 계속 실패한 청년이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 가족을 구하며 평범한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긴장감 있는 재난 장면과 유머러스한 연출을 섞어 취준생현실, 자존감회복, 가족애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엑시트를 통해 요즘 청년들이 겪는 현실과,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자존감과 관계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엑시트가 보여주는 취준생현실
엑시트의 주인공 용남은 여러 번 취업에 실패한 뒤 집에 머물고 있는 청년입니다.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인정받던 실력자였지만, 지금은 가족 앞에서도 어깨를 펴지 못합니다. 어머니는 걱정과 잔소리를 섞어 취업 이야기를 반복하고, 친척 모임에서는 누군가가 꼭 한 번씩 취업 계획을 묻습니다. 동생은 이미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꾸렸고, 용남은 자연스럽게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영화 속 장면들은 과장이 아니라 많은 취준생이 실제로 겪는 일상의 단면을 담고 있습니다.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사람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점점 “나는 못난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용남도 과거의 열정과 성취를 떠올리면 잠시 기운이 나지만, 곧바로 그래서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도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독가스가 퍼지고, 가족이 모인 연회장은 순식간에 탈출해야 하는 위험지대로 변합니다. 평소에는 취미에 불과해 보이던 클라이밍 경험과 체력, 그리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이 이때부터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한순간에 인생이 바뀐다는 환상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취준생현실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강점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떠오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관객은 용남의 모습을 보며 당장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경험이라도 언젠가는 다른 형태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자존감회복의 순간
자존감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엑시트를 보면 용남의 행동 변화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영화 초반의 그는 주변 분위기를 웃음으로 넘기며 진짜 마음을 숨깁니다. 가족 앞에서는 농담을 던져 무안을 피하고, 동아리 시절 함께 운동하던 의주를 만나도 괜히 장난스럽게 대하며 어색함을 감춥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건물 안 모든 사람이 혼란에 빠지자 용남은 망설임 속에서도 몸을 먼저 움직입니다. 옥상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 뛰고, 막혀 있는 문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합니다. 의주와 함께 다른 건물 옥상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서는 예전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몸에 익힌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손을 어디에 짚어야 하는지, 로프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용남의 움직임을 보며 점점 그의 판단에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회복이 일어납니다. 누군가의 칭찬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냈다는 체감이 자신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간 경험이나,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 책임을 져 준 순간은 자존감회복의 중요한 재료입니다. 엑시트를 본 뒤에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그때 나는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낸 적이 있었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 준 적이 있었는가”를 적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영화 속 용남이 구조 헬기를 향해 마지막까지 수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지키고 싶은 사람과 책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순간이 자존감회복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quietly 전합니다.
평범한영웅 용남이 들려주는 청년 세대 이야기
엑시트에서 용남은 처음부터 영웅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위험이 닥쳤을 때 겁을 먹고 주저앉을 뻔하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관객이 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매 순간 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일어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옥상으로 올려보내고 자신의 안전보다 타인의 생존을 먼저 챙기려는 선택, 이미 지친 몸으로 또 다른 건물로 이동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평범한영웅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경쟁과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나 하나 챙기기도 힘들다”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는 시대이지만,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주변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고 작은 책임을 나누어 지고 있습니다. 엑시트는 이런 모습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 주면서, 영웅의 기준을 높이기보다 낮춰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건넵니다. 남들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눈에 띄는 성취를 거두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용남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버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가족, 친구, 동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지금 누구에게 평범한영웅이 될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평범한영웅이 되어 준 적이 있었나”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취준과 일상에 지쳤을 때, 나의 가치를 오직 합격 여부로만 판단하지 않고 이런 순간들을 함께 떠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엑시트가 남긴 자존감 점검과 현실 적용 포인트
엑시트는 재난영화이지만, 엔딩 이후에 남는 여운은 취준생현실과 자존감회복, 평범한영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입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오늘 삶에 적용해 보려면 먼저 나 자신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합격과 불합격, 연봉과 회사 이름만으로 스스로를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 중에서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낸 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던 순간을 적어 보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천천히 짚어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가 보여 준 재난 대비 메시지도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드나드는 건물의 비상구와 옥상 출입구 위치를 확인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동선을 한 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위기 대응력은 달라집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만났을 때는 막연히 힘내라는 말보다,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서로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 더 깊은 위로가 됩니다. 오늘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작은 행동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상구 위치를 기억해 두고,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고, 주변 사람에게 평소에 고마웠던 점 하나를 솔직하게 전해 보는 것입니다. 엑시트가 보여 준 평범한영웅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얼굴에 가깝습니다. 취준과 불안 속에서 마음이 무거워질수록 스스로를 조금 덜 깎아내리고, 이미 갖고 있는 경험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남긴 현실적인 출구에 가까운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