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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

by 건강백서랩 2025. 12. 5.

영화 완득이는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는 한 소년이 어떻게 복싱 링 위에 서게 되는지를 따라가는 성장 영화다. 처음 완득이는 선생님과는 으르렁거리고 친구들과는 시비가 잦은 동네 싸움꾼에 가깝다. 가난한 집 사정과 다문화 가정이라는 배경은 그를 더 예민하게 만들고 당장 오늘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만든다. 그런 완득이가 체육관을 만나고 링 위에 오르면서 주먹을 휘두르던 이유를 조금씩 다르게 쓰기 시작한다. 완득이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라는 키워드로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청소년 성장 영화이면서도 복싱 영화로서의 재미와 현실적인 위로가 동시에 보인다. 학교에서 뒤로 밀려난 아이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찾는지, 분노를 어떻게 다루고 어디에 써야 하는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완득이 복싱 이야기가 더 깊게 다가온다.

완득이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

 

동네 싸움꾼으로만 보였던 완득이의 현실

완득이를 처음 만날 때 관객이 보게 되는 모습은 솔직히 거친 소년이다. 수업 시간에 딴청을 피우고 선생님에게 욕을 퍼붓고 싸움이 나면 기꺼이 주먹을 들고 나선다. 교무실에서는 늘 문제 학생 이름 가운데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그저 의욕 없고 버릇없는 학생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천천히 그의 집안과 일상을 보여주며 왜 이 아이가 세상에 먼저 주먹을 들이대게 되었는지 배경을 드러낸다.

완득이의 아버지는 신체적 장애가 있어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삼촌은 장사와 복싱 체육관을 오가며 가까스로 생계를 버틴다. 엄마는 외국인 이주 여성이라 어릴 때부터 곁에 없었고 동네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향한 편견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완득이는 스스로를 지키려면 먼저 세게 나가야 한다고 배운 셈이다. 가난과 차별과 시선이 뒤섞인 현실 속에서 그는 늘 방어 태세를 먼저 취한다. 누군가 웃어도 자신을 비웃는 것 같고 작은 농담도 쉽게 모욕처럼 느껴진다. 싸움은 문제 행동이면서 동시에 그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언어이기도 하다. 이 기본 세팅을 알고 나면 완득이 싸움꾼이라는 꼬리표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문제아의 행동을 나열하는 대신 왜 이런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체육관에서 링 위까지 싸움이 운동이 되는 순간

완득이가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 바뀌는 과정에는 복싱 체육관과 동주 선생님이 함께 있다. 삼촌이 운영하는 체육관은 완득이에게 동네와 학교 사이에 놓인 세번째 공간이다. 집에서는 책임과 가난의 무게가, 학교에서는 성적과 규율의 압박이 쏟아질 때 체육관만큼은 몸을 쓰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완득이가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칠 때 그 표정에는 싸움판에서 보이던 날 선 표정보다 훨씬 솔직한 감정이 묻어난다.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 힘을 실어 보내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다.

동주 쌤과의 관계도 이 변화를 밀어붙인다. 욕 많고 막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주는 사실 완득이의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보는 어른이다. 성적이나 품행 점수만 가지고 아이를 재단하기보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출구를 찾으려 한다. 싸움질만 하던 완득이에게 복싱을 권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아무 데나 휘두르던 주먹을 링 위에서 쓰게 하자는 제안이다. 규칙 안에서 싸우는 법, 맞으면서도 버티는 법, 체력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곧 분노를 조절하고 에너지를 모으는 연습이 된다.

복싱 연습이 쌓이면서 완득이의 싸움은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에는 욱하면 바로 나가서 붙는 스타일이었다면 링 위에서는 상대를 읽고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호흡을 조절하고 거리를 재고 한 번의 펀치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 경험은 곧 일상에도 영향을 준다.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예전처럼 바로 싸우기보다는 한 번 숨을 골라 보는 태도가 생긴다. 완득이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라는 변화는 단순히 직업이나 취미가 바뀐 것이 아니라 감정과 행동을 다루는 방식이 바뀐 결과에 가깝다.

 

완득이 링 위 선수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영화 후반부 복싱 시합 장면은 완득이 성장의 집약본이다. 객관적인 실력으로 보면 완득이는 아직 완성된 선수와는 거리가 있다. 기술도 거칠고 스텝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링 위에서 그는 최소한 도망치지 않는 사람으로 서 있다. 누군가를 거칠게 밀쳐내던 골목 싸움이 아니라, 규칙과 심판이 있는 공간에서 정면으로 마주 서는 선택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장면이 승패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 아이가 드디어 주먹을 숨기지 않고 써야 할 자리에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맞으면서도 버티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 보는 경험은 완득이에게 어른이 되어 가는 감각을 선물한다.

완득이 싸움꾼에서 링 위 선수로라는 제목으로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면 복싱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보는 태도,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빈손으로 서 있기보다 준비된 상태로 서 보겠다는 마음과도 연결된다. 링 위에서 완득이는 누군가의 불쌍한 아들도 아니고 학교의 문제 학생도 아니다. 그냥 한 명의 선수다. 이 단순한 사실이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청소년 성장 영화나 다문화 가족 이야기를 찾는 사람에게 완득이는 자주 추천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복싱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결을 가진 영화로 남는다. 현실에서 이미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들이 주먹을 내려놓으라고만 말하는 대신 어디에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함께 찾아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싸움꾼이었던 완득이가 링 위 선수로 서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의 분노와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혹시 나도 아직 링이 아닌 골목에서만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나에게 맞는 링을 찾아 볼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조용히 떠올리게 되는 영화가 바로 완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