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는 재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옮기면 톰부캐넌이라는 인물이 상류층의 민낯과 특권층폭력, 그리고 기득권 구조의 잔혹함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톰부캐넌은 막대한 부를 이미 상속받은 구귀족 계층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위대한 개츠비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람을 소비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책임에서는 멀찍이 물러선 태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는 힘과 돈, 혈통을 모두 쥔 사람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부터가 다르고, 그 시선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서열과 차별,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안전한 위치에 있다는 확신이 배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대한 개츠비 톰부캐넌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상류층 남성이 어떻게 특권층폭력을 일상화하는지, 기득권 구조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는지, 그리고 이런 서사가 오늘날 우리 사회와 어떤 지점에서 겹치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화려한 파티와 사랑의 비극 뒤에 가려져 있던 권력의 얼굴을 따라가다 보면, 위대한 개츠비는 로맨스가 아니라 기득권 세계의 구조를 보여주는 사회 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톰부캐넌이 드러내는 상류층의 민낯
위대한 개츠비에서 톰부캐넌은 첫 등장부터 상류층의 민낯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체격과 태도, 말투까지 모두 주변 사람을 압도하는 기세를 풍기고, 오랜 부와 명문가 출신이라는 배경을 당연한 우월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톰부캐넌이 하는 대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세상을 계급과 혈통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사람이란 사실이 어렵지 않게 드러납니다. 이민자나 신흥 부자, 노동 계층을 향한 은근한 비하와 인종주의적 발언은 그에게 특별한 악의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허용된 언어라고 믿는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태도에 가깝습니다. 데이지의 남편이라는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여성과의 불륜을 공공연히 이어가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톰부캐넌에게 머틀은 대등한 연인이 아니라 심심함을 달래고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일 뿐이고, 파티 자리에서 머틀을 거칠게 다루는 장면은 상류층 남성의 힘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어떻게 폭력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위대한 개츠비 속 톰부캐넌은 겉으로는 세련된 신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도구화하고 필요할 때만 곁에 두는 사람입니다. 데이지와의 관계에서도 상대를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모습보다는, 하나의 소유물 혹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장식하는 존재로 대하는 태도가 더 자주 드러납니다. 그는 데이지가 흔들리는 기색을 보일 때에야 비로소 불안을 느끼고, 그제야 자신의 결혼 생활을 지키겠다는 말을 하지만, 그 동기는 사랑의 깊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위대한 개츠비 톰부캐넌은 특별히 악랄한 악당이 아니라, 상류층 세계에서 자라난 사람이 자연스럽게 체득한 권력의 언어와 태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화려한 집과 스포츠, 여행으로 둘러싸인 그의 일상은 표면적으로 부럽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향한 공감 능력의 부족과,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보호받을 것이라는 안이한 확신이 깔려 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사랑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계급의 이야기라는 점은, 바로 이 톰부캐넌의 시선에 집중할 때 더 선명해집니다.
특권층폭력 일상 속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폭력성
특권층폭력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자세히 보면 톰부캐넌의 말과 행동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폭력성이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폭력은 꼭 주먹을 휘두르거나 큰 사건을 일으킬 때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상대를 향해 무심히 던지는 비하 발언, 누군가의 감정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태도, 책임을 져야 할 순간에 뒤로 빠지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선택까지 모두 특권층폭력의 한 얼굴입니다. 톰부캐넌이 머틀을 대하는 방식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머틀을 자신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로만 사용하고, 그녀의 감정이나 미래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파티 자리에서 머틀이 데이지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즉각적으로 손찌검을 하는 장면은, 자신의 감정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타인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폭력성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톰부캐넌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나 제재는 거의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 행동을 심각한 범죄로 보기보다는 “상류층 남자가 잠깐 과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넘겨 버립니다. 이 점에서 특권층폭력은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구조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위대한 개츠비 속 상류층 세계는 서로의 약점을 알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불편한 장면들을 빨리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톰부캐넌이 개츠비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이 폭력성은 형태를 달리해 반복됩니다. 그는 개츠비의 출신과 돈을 벌어온 방식을 문제 삼으며, 신흥 부자는 결코 자신과 같은 그룹에 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줄곧 던집니다. 말로 하는 공격이지만, 그 안에는 “너는 우리와 다르다”라는 선명한 배제의 의지가 담겨 있고, 이런 언어는 개츠비가 설 자리를 점점 더 좁혀 버립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주는 불편함 중 하나는, 이처럼 특권층폭력이 사람을 상처 입히고 삶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꽤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큰 소동이나 폭발적인 사건보다, 무심한 말과 무책임한 태도,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시선이 계속해서 상대의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다시 볼 때 특권층폭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단지 톰부캐넌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상류층 문화 전체가 어떤 식으로 폭력성을 허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시대와 장소를 달리해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기득권 구조와 위대한 개츠비가 남긴 시대적 질문
기득권이라는 단어를 위대한 개츠비에 겹쳐 보면, 이 작품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사랑이나 아메리칸드림의 실패를 넘어, 누가 안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누가 쉽게 희생양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의 이야기로 읽히게 됩니다. 톰부캐넌은 단순히 부자인 인물이 아니라, 기득권이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사건이 위태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때마다 결정적인 정보와 설득력을 쥐고 있는 위치에 서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고,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로 흘려보냅니다. 비극적인 사고 이후 그가 택한 선택은 매우 단순합니다. 데이지와 함께 도시를 떠나고, 남겨진 문제들은 개츠비와 윌슨에게 맡겨 버리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은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고도 사건의 중심에서 슬쩍 빠지는 능력을 드러냅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기득권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누가 기록에 남는지, 그리고 누가 조용히 잊히는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개츠비는 모든 것을 걸고 사랑과 성공을 동시에 추구했지만, 정작 최종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는 의심받는 인물로 남고, 그를 변호해 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톰부캐넌과 데이지는 상류층 인脈과 재력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흐릿하게 만들고, 새로운 삶으로 도망칠 수 있는 여유를 가집니다. 기득권이 가진 힘은 이처럼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떤 사람은 집과 도시, 인간관계까지 옮겨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모든 비난과 고통을 떠안은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특정 시대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의 축소판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볼 때, 누가 언론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얻는지, 누가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한 채 “그렇게 된 사람”으로만 남는지 떠올려 보면, 작품 속 기득권 구조와 현실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톰부캐넌, 특권층폭력, 기득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화려한 파티와 사랑의 서사 뒤에 가려진 힘의 배분 문제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톰부캐넌과 닮은 선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또 나 역시 기득권 구조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이 긴 시간 동안 고전으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